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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72 호 쉴 수 있는 터전, 우리들의‘쉼터’는 어디에...

  • 작성일 2019-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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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6099
손하현

학습공간의 비중 늘린 밀레꼴

  지난 3월 18일 서울캠퍼스 밀레니엄관 B1 층에 위치한 밀레꼴이 CLP(Colla borative Learning Park)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학생들에게 개방되었다. 이름뿐 아니라 내부 공간, 이용 방법이 기존의 밀레꼴과 달라졌다. 긴 테이블과 의자, 소파가 배치되어 있던 구조에서 세미나 실, 개인 좌석을 마련하였다. 세미나실의 경우 학술정보관의 그룹스터디룸과 같이 모니터를 비치하고 운영시스템 역시 예약제로 진행된다. 새로운 인테리어와 운영시스템으로 학생들에게 기존의 밀레꼴을 학습하기 적합한 공간으로 바꾸었다. 

 CLP의 이름을 풀이하면 Collaborative Learning Park이다. 학습하는 공간과 휴식하는 공간을 학생들에게 동시에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변화한 공간이다. 그러나 바뀐 인터리어와 예약제로 운영되는 시스템은 기존의 밀레꼴과 달리 학생들에게 하여금 선뜻 이용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은 “전처럼 편하게 못 쓰겠다.”, “배달음식을 먹을 곳이 부족했는데 이마저도 사라졌다”, “예약제로 바뀌면서 그냥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졌다”, “예전의 마이너한 감성이 사라진 것 같다”등 변화된 공간이 휴식 공간을 제대로 제공하지 못 하고 있다는 평을 하고 있다. 또 그룹세미나실에 대해서도 “그룹세미나실이 생겨 팀플 등 협업 과제를 하는 장소가 늘어나서 좋지만 세미나실이 통유리로 되어 밖에서 세미나실 내부가 너무 잘 보여 이용할 때 불편할 것 같다”, “접근성이 쉬운 경영경제대학 소속 학생들을 위한 공간 같다”라는 목소리도 있다. 

 학생들이 밀레꼴이 CLP로 변화된 것 에 아쉬움을 보이는 이유는 캠퍼스 내 학생들이 이용하기 쉽고 접근성이 좋은 휴식공간의 감소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 으로 보인다.

   ▲제2캠퍼스 송백관 앞 복도                                                                                                                                                               (출처:티스토리)


학생들을 위한 쉼터 부족 

 서울캠퍼스의 학생회관 1, 2층, 여학생 휴게실, 자하관 1층, 종합관 2층, 융합공과대학, 밀레꼴 등은 학생들의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학생들을 수용하기에는 역부족하다. 접근성이 쉬운 제1공학관, 학생회관 같은 경우 자리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학생식당, 카페도 학생 수에 비해 적다. 수강인원이 많은 교양강의가 주로 진행되는 미래백년관에 위치한 그라찌에와 학생식당 같은 경우 좌석이 부족한 경우도 종종 목격되곤 한다. 

 제2캠퍼스도 비슷한 실정이다. 도서관 1층, 한누리관 2층부터 층별로 있는 휴게실, 상록관 1층, 송백관 1층, 디자인대학 1층이 휴게실로 준비되어 있지만, 정작 사용하는 휴게공간은 적다. 특히 상록관의 경우 학생들의 수업이 많은 한누리관과 거리가 멀어 학생들의 접근성이 낮으며 학생들을 위한 편의시설 또한 적다. 디자인대학 1층의 경우 타 학과생들이 접근하기 어려움이 있다. 이외에도 도서관 1층의 경우 프라임홀과 열람실로 인해 휴게실 내에서도 정숙이 유지되고 있으며 취식은 불가능하다. 

 야외 휴식공간은 더 부족하다. 서울캠퍼스의 경우 가파른 언덕과 좁은 부지 때문에 학생들이 단체로 쉴 수 있 는 공간이 없다. 제2캠퍼스는 잔디밭이 있고 서울캠퍼스에 비해 평탄하고 넓은 부지가 있지만 도로 바로 옆에 있으며, 본관 앞의 공간은 개방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이용을 부담스러워 하는 학생들이 많다. 

 실내 휴식 공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의 쉼터가 있는 대부분 공간은 건물의 출입구에 있어 히터나 에어컨이 있어도 온도조절하기가 어렵다. 와이파이, 콘센트와 같은 설비도 부족하다. 학생회관 1, 2층에 있는 공간에 대해서“2층 공간은 넓은데 가구가 많지 않아서 앉을 공간이 부족하고 의자도 불편하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동아리·과방 같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관리되는 곳은 모든 학생이 이용하는 휴식 공간보다 더 열악하다. 학생 수에 비해 공간의 규모가 작고 그 수 또한 부족하다. 머무는 시간이 다른 휴식 공간보다 긴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위생관리나 설비시설이 낙후된 곳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실정은 타 대학도 마찬가지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및 한국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에서 전국 27개 대학교 총 3,37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실내 휴식 공간의 냉난방·환기·방음 시설에 만족한다 는 비율은 29.1%, 청결 및 위생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8.9%, 크기와 개수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은 19.6%로 저조했다. 야외 휴식 공간 조성이 잘 되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47.9%, 위생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응 답한 학생은 44.8%로 실내 휴식 공간과 비교하면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지만 50%의 비율을 넘지 못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서울캠퍼스 학생회관 1층


교육을 위한 휴식, 휴식을 위한 공간 

 최근 대학의 교육공간은 학생들이 자율적인 학습을 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 학교도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할 수 있는 도서관 1층 리딩라운지나 그룹세미나실을 늘려가는 중이다. 밀레니엄관, 미래백년관 B1 층처럼 접근성이 쉬운 곳에 학생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생들의 휴식공간은 수요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이 쉽지 않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 캠퍼스 부지의 특징상 학생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하여 공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또 팀 프로젝트 과제나, 스터디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제한된 공간 내에 쉼터와 학습공간을 모두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학생들의 이용률이 높은 학생회관, 제1공학관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이 원하는 휴 식공간은 많은 돈을 투자한 만든 화려한 인테리어와 고급스러운 가구가 있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의 경우 접근성이 좋고 앉을 수 있는 의자가 많은 공간을 원하는 것이다. 

휴식공간 마련 방안 

 학생회관 3층의 경우에도 건물의 출입구가 있어 접근성이 좋지만, 이곳은 1,2층과 달리 학생들이 앉아서 쉴 수 있 는 공간이 없다. 미래백년관의 경우 사용하지 않는 공간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이 건물에 각각 학생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과 스터디룸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제2캠퍼스의 경우 많은 학생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한누리관, 송백관 등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건물의 경우 취식이 가능한 쉼터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팀 프로젝트, 스터디 이후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취식이 가능한 장소가 필요하다. 또한, 상록관, 식물관 등의 이용률 저조한 건물의 경우 쉼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특히 상록관의 경우 과거 있던 편의점부터 다시 입점시키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야외 쉼터 공간의 경우 제2캠퍼스는 우선적으로 잔디밭을 관리하여 학생들이 쉬다 갈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게 해야 한다. 타 대학의캠퍼스 내 잔디밭은 배달 음식을 먹거나 동기들끼리 모여 쉬는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서울캠퍼스의 기존의 야외 쉼터를 학생들이 활용 할 수 있게 개선이 필요하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종합관을 가는 길에 있는 벤치와 테이블은 낮에 이용하는 학생들은 적다. 학생들이 붐비는 점심시간을 비롯한 낮에는 햇빛을 가려주는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앉아서 쉬기 힘들다. 이에 밤 야경을 보며 쉬는 학생들의 이용률이 더 높은 편이다. 이곳에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조경을 개선하여 많은 학생이 이용하게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과 함께 휴식공간을 꾸려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실제로 카이스트의 경우 학생들이 학생회관 건물을 설계부터 관리, 운영을 직접 한다.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나간 만큼 학생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쉬울 것이다. “편하게 앉아서 쉬고 싶다”, “우리 학교에도 휴게실에 침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등 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캠퍼스 공간에 대한 요구를 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캠퍼스 내 휴식공간을 만들어 나가면 학생들의 만족도와 이용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공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밥을 먹고, 과제를 하고 선후배와 동기들을 만나고 하루 동안 짧게는 2시간 남짓 길게는 8시간 이상도 머무는 공간을 위해 이러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야 할 때이다. 

                                                                                                                                                                                                                                                                      손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