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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사회

제 711 호 SPC그룹 노동자 사고, 확산하는 불매 운동

  • 작성일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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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5609
김지현

SPC그룹 노동자 사고, 확산하는 불매 운동


SPC그룹 계열의 제빵 공장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근무 중 기계에 끼어 사망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후에 SPC그룹의 사고 처리 및 대응이 도리에 어긋났으며 매우 미흡했다는 의견들이 떠오르며, SPC그룹 계열사에 대한 불매 운동을 주장하는 여론까지 생겨났다. 이에 대해 자세한 경위와 여론의 반응을 살펴보자.



노동자의 몸 끼임 사고 발생 경위

  지난 10월 15일 오전 6시 20분쯤 경기 평택시 SPC 계열의 빵 반죽 공장에서 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노동자 A씨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 기계의 벨트에 앞치마가 빨려 들어가 상반신이 끼게 되며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작업은 2인 1조가 원칙이었기에 당시 사고 현장에는 근무 중이던 A씨의 동료 직원이 한 명 더 있었지만, 그 직원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A씨에게 사고가 발생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고 발견된 후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


  그런데논란이 된 것은, 먼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의 감식조차 제대로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제빵 공장에서 사고 바로 다음 날부터 A씨의 동료들을 정상 출근시키고 기계 가동을 재개하였다는 것이었다. A씨가 소스 배합 기계에 끼어 사망한 배합기는 흰색 천으로 덮어두고 그 옆에 다른 소스 배합기를 사용하게 했는데, 업체에 있는 총 9대의 소스 배합 기계 중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멈추는 장치인 ‘인터록’이 설치되지 않은 7대에 대해서만 고용노동부가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나머지 2대는 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고용노동부가 나머지 2대 역시 뒤늦게 작업 중지를 명령하였지만, A씨의 동료들은 이러한 작업 상황에 대해 정신적,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였다.


  또한, 이러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기 일주일 전에 같은 평택 공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한 이후 회사에서 전체 공정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교육이나 사고 예방 조치, 재발 방지 대책 등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노동 환경에 대한 지적을 받고 있다.



▲20대 노동자 A씨의 추모제 

(출처: 노컷뉴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3697273)



소비자부터 기업으로까지 번진 SPC 불매운동

  SPC그룹의 비상식적인 대응으로 널리 퍼져 불매 운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 이후, SPC그룹은 사건 수습을 진행하고 사고 장소만 흰 천으로 가린 채 그대로 작업을 이어갔다. 사고를 목격하고 수습했던 직원들은 트라우마의 위험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SPC그룹은 휴가 대신 작업을 지시하였다. 또한, 고용노동부로부터 작업 중지 명령을 받자, 직원들을 대구에 있는 SPC 계열의 공장으로 출장을 지시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망 사건이 발생한 당일에도 빵을 생산하고 전부 정상적으로 매장으로 유통했으며 사망한 직원의 장례식에 답례품 명목으로 빵 두 박스를 보내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였다. 이러한 이슈들로 인해 사건이 커지고 언론의 질타를 받자 대국민 사과를 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회사 노조 및 직원들은 참가하지 못하게 입장을 막았으며,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또한 없었다. 이 기자회견에선 향후 3년간 1천억 원을 안전을 위해 투자한다고 하였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달 23일 SPC 계열의 공장에서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했다. 이러한 대응이 불씨가 되어 SPC 불매 운동이 번지게 되었다.

SPC그룹에 대한 불매 운동이 소비자에서 기업으로까지 확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일부 기업들에서 기존 SPC 계열의 제품을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그중 현대 자동차 울산공장의 경우 간식 납품업체를 SPC에서 롯데제과로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피 묻은 빵 먹지 않겠습니다.”

▲ SNS에서 퍼지고 있는 에스피씨(SPC) 브랜드 리스트 (출처: 뉴시스)


  위 사진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퍼지고 있는 에스피씨(SPC) 브랜드 리스트로, SNS를 중심으로 SPC 브랜드에 대한 불매 운동 움직임이 보인다. 단순히 이번 산재 사건의 중심인 파리바게트만 불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SPC 계열 브랜드 리스트가 공유되면서 SPC 브랜드를 대신해 이용할 수 있는 브랜드 리스트 또한 공유되며 불매 운동이 확산하는 분위기이다.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언제부터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그것이 당연시되는 상황이 벌어진 걸까? SPC의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인해 산재사고들이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지만, 이전부터 지금까지도 산재사고는 발생하고 있었고 신문문의 구석 한편에서 잊혀가고 있다. 안전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과 이를 보고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 우리에겐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고용환경이 필요하다. 이번 불매 운동을 통해 SPC의 등 기업의 잘못된 고용환경에 긍정적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기업에서 적극적으로 방안을 고안해 나가야 한다.



이규원, 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