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학술·사회

제 696 호 수수료와 함께 늘어나는 부담, 규제할 방법은?

  • 작성일 2021-09-02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5064
이은영

플랫폼 수수료, 고통받는 소비자와 상인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11월 17~18일 서울 강남지역 ‘배달의 민족’ 등록업체 중 음식 종류별로 5곳씩 총 65곳을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결과, 37곳(56.9%)의 배달 어플리케이션상 판매 가격이 매장보다 높았다고 밝혔다. 배달 어플리케이션과 매장의 가격이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수도권 중심으로 코로나19 거리 두기 4단계가 장기화되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배달 양이 증가하였다. 배달 업체에서는 그에 따른 라이더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라이더들을 위한 배달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배달 수수료를 높게 책정하면서, 음식 가격에도 수수료가 붙게 되었다. 

 숙박시설 예약 역시 플랫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것보다 자사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더 저렴하게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숙박 예약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예약되기 때문에 숙박업자들은 플랫폼 입점을 포기할 수 없다. 실제로 전국 227개 호텔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숙박 예약 중 OTA(온라인 여행사)를 통한 예약 비중은 62.5%(국내 OTA 35.5%, 외국계 OTA 27.0%)에 육박한다. 그러나 편리함을 무기로 한 배달, 예약 플랫폼은 수수료와 광고비의 증가로 소비자와 상인 모두에게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 수수료로 높아진 소비자 가격 (출처:조선일보)

▲배달 시 가격 차이를 명시한 배달어플리케이션(출처: 배달의 민족 캡처)



플랫폼 수수료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들

 여행 플랫폼인 ‘야놀자’의 경우, 높은 광고 수수료 체계로 숙박업자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해당 플랫폼은 ‘지역 톱’, ‘지역 인기’ 등 성격이 비슷한 카테고리를 여러 개 만들어 각각 광고료를 책정하고 이용자가 접근하기 쉬운 순서대로 높은 광고비를 책정한다. 가장 접근성이 높은 영역은 한 달 광고비용이 300만 원에 달해 과도한 광고비 지출을 유도한다. 또한 야놀자의 수수료가 전체의 40%에 달하고 모텔 운영의 이익률이 50%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업주는 전체 매출의 10%만 가져가는 문제가 생긴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의 경우에도, 많은 식당이 높아진 배달 수수료를 채우기 위해 음식값 인상을 택하고 있다. 매장과 고객이 나눠 부담하는 배달비 구조상 고객에게 높은 배달비를 부과하면 주문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배달비를 낮추는 대신 그만큼 음식 가격을 매장 가격보다 높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배달 수수료가 올라간 이유에는 배달 폭증의 이유도 있지만 ‘단건 배달’ 경쟁 영향도 크다. 배달원이 여러 집의 주문 음식을 한 번에 가지고 출발해 여러 곳에 배달하는 ‘묶음 배달’과 달리 한 번에 한 건의 주문 음식만을 배달하는 ‘단건 배달’은 배달원의 수가 더 많아야 하고 수수료를 받는 배달원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배달비도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처음 단건 배달을 시작한 쿠팡 이츠에 이어 배달의 민족도 경쟁에 뛰어들면서 점점 단건 배달이 주류가 되는 분위기이다. 지금은 도입 초기 단계로 할인을 진행 중이지만 할인이 끝난다면 식당 업주와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택시 호출 플랫폼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카카오 택시의 등장으로 출퇴근, 심야 시간에 잡기 힘들었던 택시는 바로 앞까지 찾아오고, 고급택시 ‘카카오 T 블랙’부터 승차 거부 없는 가맹 택시 ‘카카오 T 블루’, 대형승합 택시 ‘카카오 T 벤티’까지 이용자 상황에 맞는 특화 서비스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편리해졌다. 하지만 전국 25만 택시 가운데 23만이 카카오 택시를 이용할 정도로 압도적인 독점적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서,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막을 방법이 없다. 실제로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했던 카카오택시가 월 9만 9000원의 기사 대상 유료 서비스 ‘프로 멤버십’, 최대 5000원의 스마트 호출 ‘탄력요금제’등을 출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물론 택시기사들의 부담도 더 늘어나게 됐다. 



현재 국내외의 플랫폼 규제는?

 과한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지만, 플랫폼의 독점체제 때문에 상인과 소비자가 부담을 지면서도 이용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은 큰 문제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플랫폼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앱 결제를 강제하며 수수료를 챙겼던 애플과 구글에 강력한 규제를 가할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동안 애플과 구글은 각각의 스토어에서 다운받은 어플리케이션 내의 콘텐츠를 구매할 때 해당 어플리케이션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사용하도록 강제했고 이 과정에서 최대 30%의 수수료를 받았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데이터 분석기관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작년 2020년에 애플 어플리케이션 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발생한 인앱 결제 규모는 853억 달러(한화로 약 98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서 구글과 애플이 15~30%의 수수료를 받는 것을 고려하면 두 회사는 한 해 동안 수수료로 15조~30조원을 거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미국은 개발자들의 인앱 결제를 강제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개 어플리케이션 장터 법안’을 통해 애플과 구글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또한 이 법안에 따라 어플리케이션을 애플 어플리케이션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스토어 외 다른 곳에서도 다운 받을 수 있게 허용된다. 공개 어플리케이션 장터 법안은 자유 경쟁을 막는 다소 강한 규제의 법안이지만, 인앱 결제를 강제로 했던 플랫폼들의 높은 수수료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이 외에도 아마존, 구글 등 특정 플랫폼을 지정해 그 플랫폼이 이른바 ‘갑질’을 했는지 본질적으로 따져 처벌하는 등 엄격하고 강한 플랫폼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플랫폼 수수료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카카오 택시 수수료가 택시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나 국민들의 부담 정도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번에 새로 적용한 탄력 요금제가 국민들에게 부담을 준다고 판단되면 제도 개선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지난해부터 카카오 모빌리티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구자근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 7월에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시장지배적인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는 카카오 택시뿐만 아니라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전자상거래법(전자 상거래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바탕으로 플랫폼 규제를 추진 중이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플랫폼이 입점업체를 상대로 ‘갑질’하지 못하도록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과한 수수료로부터 상인을 보호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는 플랫폼의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를 더 보호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노력 외에도 미국의 반독점 규제 등을 참고한 방안, 추가 과세 등 다양한 규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증가하는 온라인 소비, 신중한 규제 필요...

 사람들이 점점 더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면서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소비는 증가하였다. 그와 동시에 플랫폼 독점 현상이 일어났으며, 어느 순간부터 수수료로 인해 기존보다 높은 가격에 플랫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은 “특정 온라인 플랫폼 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 갑질 행위는 국내 소비자 후생과 건강한 어플리케이션 산업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는 일”이라며 우려하기도 했다. 플랫폼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내에서는 플랫폼 규제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여러 의견이 충돌하고 있는 만큼 규제 방안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는 미국처럼 강력한 반독점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 국내 대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나 카카오가 미국의 아마존이나 구글에 견줄 만큼 독점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미국과 비슷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르다는 입장도 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또한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중소·스타트업 기업의 경우 기존 업계의 반발도 버거운 상황인지라,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혁신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무조건 강력한 규제를 담은 방안만이 플랫폼 수수료에 대한 해결방법은 아니다. 모든 플랫폼을 일괄적으로 규제하기보다는 수수료의 조절과 적절한 규제를 통해 기존 업계와 공존할 방법을 찾고 혁신은 이루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온라인 소비 비율이 높아진 현재, 이제는 플랫폼 독점체제로 인한 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규제가 필요한 때이다. 국가에서는 필요한 규제를 마련하는 과정에 있어 국외의 사례를 좇아가기보다는 국내 플랫폼 시장의 규모와 스타트업 플랫폼, 혁신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이은영 기자, 윤정원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