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메뉴
닫기
검색
 

여론

제 711 호 [영화로 세상 보기] 당신의 몸값은 얼마인가요? 몸값의 이중적인 아이러니, 단편영화 ‘몸값’

  • 작성일 2022-11-16
  • 좋아요 Like 0
  • 조회수 4672
김채연

[영화로 세상 보기] 당신의 몸값은 얼마인가요? 몸값의 이중적인 아이러니, 단편영화 ‘몸값’


영화 <몸값> / 2015


  영화 <몸값>은 2015년에 제작된 이충현 감독의 단편영화이다. 런닝 타임은 14분 정도이지만, ‘몸값’의 이중적인 의미를 다중 반전을 통해 신선하게 표현하여 많은 관객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영화이다.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자마자 입소문으로 화제를 모았고, 이후 공개된 지 4년이 지난 2019년에 미쟝센 단편영화제에 다시 초청받을 정도로 호평받았다. 


  영화는 한 모텔방에서 여고생 '주영'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으로 막을 연다. 곧이어 한 남자가 원조교제를 위해 방으로 들어오고 둘 사이에 대화가 오간다. 그러던 중 남자는 주영이 고등학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원래 100만 원을 들고 왔지만 7만 원으로 깎아버린 뒤, 그나마도 3만 원만 건넨다. 이후 남자는 씻으러 들어가고, 남자가 사라지자 주영은 어딘가 좀 전과는 사뭇 다른 표정으로 방을 나선다. 곧장 올라간 옥상에는 교복을 입은 수많은 여성과 그들을 관리하는 한 중년의 여성이 있었고, 주영은 연기를 위해 썼던 가발을 벗어 던진 후 다시 어느 방으로 들어간다. 들어간 방에는 경매 팻말과 함께 매우 많은 사람이 대기하고 있었고, 주영의 발걸음이 닿은 곳에는 샤워하러 간 남성이 온몸에 영역을 나눠놓은 표식과 함께 수술대 위에 묶여있었다. 사실 주영과 그 일당들은 원조교제로 사람을 끌어들인 뒤 사람의 장기를 매매하는 장기매매단이었던 것이다. 장기매매 경매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높은 금액을 부르며 경매에 들어가고, 주영은 남자를 조롱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 <몸값>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14분의 런닝 타임 동안 한 번의 컷 편집 없이 1테이크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14분이라는 짧은 런닝타임에 적절한 이야기와 반전 있는 짜임새가 편집 없이 리얼리즘하게 연출되며 관객들에게 굉장히 신선한 시각을 보여준다. 


  영화는 도입부부터 주영과의 원조교제에 대한 가격을 협상하며 영화 제목과 걸맞게 여성의 ‘몸값’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영화 속 ‘몸값’은 그들의 목적인 남성의 장기 가격을 말하는 것이었고, 성을 사려고만 했던 남성이, 판매대 위에 올려지며 충격적인 반전을 전한다. 초반부 주영의 몸값을 계속해서 줄여나갈 때만 해도 자신의 몸값은 얼마일지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지만, 그런 인물을 도리어 경매 상품으로 표현한 역설적인 상황이 영화 <몸값>의 가장 큰 플롯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호평을 받았던 영화 <몸값>은 2022년 장편 시리즈영화로 재탄생했다. 14분의 짧고 임팩트 있는 런닝 타임이 핵심이었던 <몸값>이 장편물로 재탄생하여 많은 사람이 원작만큼의 신선한 기대와 원작보다 못 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티빙에서 4화까지 공개되었으며, 원작을 변형시키지 않고 그대로 인용했다는 점에서 뒷이야기가 더욱더 궁금해지는 영화이다. 장편 <몸값> 속 남성은 원조교제를 하러 온 ‘경찰’이라는 인물로 설정되며 ‘몸값’이라는 이중적인 의미에 대한 역설을 더욱 강조했다. 또한 장기매매라는 소재에 자연재해를 곁들여 상황적 모순을 극대화하였다. 주목받았던 단편영화 <몸값>을 원작으로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매우 기대되는 작품이다. 

 

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