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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97 호 [책으로 세상 보기] 바깥의 여름, 현재의 겨울

  • 작성일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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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3814
김채연

바깥은 여름 |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출판 | 2017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은 7개의 단편이 엮인 단편집으로 현대 사회의 비극적인 문제를 리얼리스틱하게 보여주고 있다.고통의 종류가 다양하듯 『바깥은 여름』은 사람의 고통을 다양하게 다루며 이야기를 진행한다다소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로 가득하지만김애란 작가의 표현은 감탄을 자아낸다사지가 찢어지는 것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또는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홀로 남겨진 사람들상처로 가득해 가야 할 길을 잃은 사람들을 향한 김애란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선 첫 번째 에피소드 입동은 대출을 받아 이사를 번복하는 이른바 홈리스에 가까운 부부의 이야기이다쪼들리며 살고 있던 미진 부부의 가정에 다섯 살 아들 영우의 부고가 찾아온다최악에 최악을 곁들이는 최의 상황이다두 번째 에피소드 노찬성과 에반’ 역시 비극적인 상황을 다루고 있다헤어짐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반려견과 어린 찬성의 이야기가 전개되며파멸로 이어지는 관계 속 어린 찬성이의 순수함과 애증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세 번째 에피소드는 건너편이다한 쌍의 인연이 서로에게 질리고멀어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건너편은 우리에게 사람 사이의 관계를 건너편에 빗대어 생각하게 만든다네 번째 에피소드는 침묵의 미래이다만약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쓰는 사람이 나 혼자뿐이며나의 말을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날이 오면 어떨까? ‘침묵의 미래는 마지막 남은 언어를 사용하는 소수의 사람들과 그들을 모아둔 소수 언어 박물관이 주된 소재이다박물관에 박제되어 홀로 남게 된 상황에서 말을 해도안 해도 고립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여섯 번째 에피소드는 인간의 이기심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풍경의 쓸모이다풍경은 아름답고 경이로운 경관이지만 단독으로 주목받을 수 없는 기이한 존재이다주인공 정우 역시 그들의 풍경 속 하나에 불과했고그들에게 풍경은 과연 어떤 존재였을지 고민하고 생각하게 된다마지막 에피소드는 가리는 손이다. ‘낯섦이란 두려움의 대상인가아니면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소설 가리는 손은 다문화 가정 속 홀로 아이를 키워내는 엄마의 이야기이다동네에서 발생한 범죄가 담긴 영상에 등장하는 재이그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있다과연 그 손아래의 표정은 어떤 표정이었을까엄마는 그런 재이에게 낯섦을 느끼고 두려워한다과연 이 두려움은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아닐지다시 한 번 사회의 현실을 지적하며 생각을 요구한다.

  보통의 단편집은 수록작에서 제목을 선정한다그것을 표제작이라 하는데『바깥은 여름』은 통념을 깨고 작품 속 문장에서 제목을 따왔다김애란은 분주하지만 춥고 힘겨운 겨울에 대비되는 느긋하고 푸르고 풍요로운 태국의 여름을 끌어왔다주인공들은 모두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차디 찬 겨울을 나고 있는 우리가 바라보는 바깥의 여름은 그저 이상일 뿐이다우리는 살아가며 어두운 이면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상승적 욕구를 지니며 이상을 좇기에 바쁘다이처럼 소설 속 인물들 역시 바깥의 여름만을 고집하고 있다많은 문학 작품들이 사회주의와 리얼리즘을 통해 사회와의 동화를 요구하듯, ‘공감과 동화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어 필연적인 존재와도 같다그러기 위해서는 이상의 내면디스토피아적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그것은 즉소설 『바깥은 여름』의 진정한 핵심인 현재의 겨울을 들여다보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김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