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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제 695 호 [칼럼] 학교에 무관심한 학생들, 학교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가

  • 작성일 2021-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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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4242
엄유진

  코로나19 이후 학교는 많은 변화를 맞이하였다. 학교를 향하는 학생들의 발걸음은 끊겼으며 교수자는 텅 빈 강의실에서 강의를 녹화하고, 학생들은 오늘도 노트북 앞에 앉아 교수자를 만난다. 학교를 방문하지 않는 기간이 기약 없이 늘어남에 따라 학생들은 학교와의 물리적 거리감 뿐만 아니라 심리적 괴리감까지 느끼고 있다. 우리학교, 내 학교라는 소속감이 박탈된 학생들에게 학교에 무관심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취업의 문턱이 한없이 높고 견고해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학점, 영어, 대외활동 등의 스펙을 쌓으며 경쟁하느라 바빠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요즘 대학생들의 개인주의적 경향이 더 짙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팬데믹 상황의 장기화가 학교와 학생간의 결속감 해체를 더욱 가속화시킨 탓일까. 학생들은 더 이상 학교와 소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애교심이 사라진 학생들은 학교의 일에 점차 무관한 태도를 보이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지 않는다. 

   지난해 결속력 강화 및 우리대학에 대한 자긍심 고취를 위해 교내 슬로건을 교체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학생들의 참여가 부진했다. 슬로건 후보군을 선별하기 위해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사 개진이 부족했던 까닭인지 우리대학의 특성과 비전이 명료하게 드러난다고 보기에는 아쉬운 슬로건 후보군이 선별되었다. 거기에 교내 슬로건 교체를 위한 최종 투표에는 학부생 16,000명 중 1/10도 채 되지 않는 인원인 1,154명만이 자신의 투표권을 행사하였다.그 후 새롭게 발표된 슬로건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 그나마 학생회나 에타에서 나온 반응은 새로운 슬로건에 대한 현저히 낮은 만족도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슬로건이 바뀐 줄도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는 사실이다. 

   슬로건 교체 후 학보사에서는 5월 1일(토) ~ 7일(토)까지 네이버 폼을 통해  “슬로건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였으나 이마저도 참여율이 낮아 학우들의 목소리를 기사로 대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학생들과의 접촉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과 각 단과대 회장단을 통해 공유하며 설문 참여를 부탁하였지만 학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설문에 참여한 학우는 단 131명. 그리고 새로운 슬로건에  대한 결과는 ‘매우불만족’과 ‘불만족’이 총 85.5%, ‘보통’ 7.6%, ‘만족’과 ‘매우만족’은 총 6.9%를 기록하였다. 

   설문결과를 통해 새로운 슬로건에 대한 학우들의 만족도가 현저히 낮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설문 조사 후 기자는 기사를 통해 슬로건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을 전달하고 추후 슬로건 제작 시 학생들이 선호하는 공모전의 방식으로 학교의 특성과 비전이 담긴 새로운 슬로건을 제작하거나 좀 더 나은 슬로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싶었으나 131명의 설문으로는 그것을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슬로건교체와 관련한 제반상황을 보면서 학내구성원들의 결속력과 애교심을 고취하고자 시행했던 일이 학내구성원들의 느슨한 결속력과 와해되어가는 애교심을 확인하는 척도가 되었다는 것은 상명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다시 한 번 묻게 한 사건이었다.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고 한다. 하지만 학교의 의사결정에 있어 참여도가 낮고, 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지 않는다면 과연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라 할 수 있을까? 학교일에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학생과 학교의 괴리감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131명의 의견은 전교생의 수에 비하면 너무나 소수의 의견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무관심한 세상에서 그 소리는 너무도 귀한 소리이기도 하다. 설문조사 후 교내 커뮤니케이션팀에 학생들이 슬로건이나 마스코트를 결정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공모전의 방식을 선호한다는 것을 전했다. 이에 학교 공식 마스코트 캐릭터를 선정할 때에는 공모전의 방식으로 진행하도록 논의하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새로운 학교 슬로건에 대한 취재를 진행하면서 학교의 주인은 주인의식과 함께 주인으로서의 의무도 꼭 가져야한다고 생각해본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의 일에 주체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때, 우리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대학의 미래가 밝아질 것이다.


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