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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제 711 호 30초 안에 그림을 그리다, ‘그림 AI’

  • 작성일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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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7062
김지현

30초 안에 그림을 그리다, ‘그림 AI’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공지능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만 사용된다는 관념을 넘어 우리 생활 속 깊이 사용되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로 오늘의 날씨 등 다양한 정보 수집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계만 사용하여 치킨 가게를, 카페를 차릴 수 있다. 이렇게 ‘무인’이 가득한 세상에서 기계는 이제 단순 생산뿐 아니라 간단한 업무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일자리를 향한 위협이 되기도 했다.


 지식 정보화된 세상에선 더 이상 단순한 노동이 아닌 ‘창의력’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우리는 인간과 기계의 가장 큰 차이점을 ‘창의력’이라 생각했고 교육 기관과 사회에서 창의적인 인간이 되어야 함을 학습했다.


 우리는 창의력의 일환인 창작을 사람의 영역으로 보았고, 예술을 사람의 영역이라고 여겼다. 그 탓인지 예술계에서의 인공지능 영향력은 다른 분야에 비해 미미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인공지능으로 인해 예술계에 큰 혼란이 찾아왔다. 혼란의 폭풍을 만든 주인공은 ‘노벨AI (NovelAI)’이다. 



‘노벨AI (NovelAI)’란?


▲ 노벨AI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미지 제네레이터 광고 (출처: 노벨AI 공식 홈페이지)


  ‘노벨AI (NovelAI)’란 유로 구독 서비스 사이트로, 간단한 문장을 입력하면 소설을 작성해 주는 인공지능이다. 지난 10월 3일에 지원 서비스로 그림 인공지능 프로그램 ‘이미지 제네레이터’를 공개해 화제가 되었다. 노벨AI의 이미지 제너레이터는 ‘Stable Diffusion’를 기반으로 한다. ‘Stable Diffusion’는 이미지 합성 확산 확률 모델(diffusion probabilistic model)로 영국 Stability AI의 지원을 받아 독일 뮌헨 대학교,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Runway의 연구진이 개발한 오픈 소스이다. 노벨AI의 이미지 제너레이터는 이를 기반으로 ‘Danbooru’라는 서비스의 이미지를 학습하여 만화, 애니메이션 등, 일러스트에 특화된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다. 


  현재 정기 구독 플랜으로 월 10$의 태블릿(Tablet), 월 15$의 스크롤(Scroll), 월 25$의 오푸스(Opus)가 있다. 태블릿과 스크롤은 약 200장 정도의 이미지, 오푸스는 무제한을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다. 노벨AI는 텍스트로 키워드를 입력하면 일러스트 형식의 그림을 그려주고, 간단한 스케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낸다. 예를 들어, ‘cat’, ‘window’ 등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키워드에 맞는 이미지가 제시되는 것이다. 키워드를 ‘{ }’ 사이에 넣으면, 해당 키워드가 강조되고 ‘[ ]’ 사이에 키워드를 넣으면, 키워드가 약화된다. 이외에도 그림의 크기, 키워드 사이의 혼합 등도 설정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이미지를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고 업무에도 활용할 수 있다. 



노벨AI (NovelAI)논란, 그 이유와 영향


  노벨AI (NovelAI)가 논란인 이유는 지켜지지 않는 저작권 때문이다. 노벨AI (NovelAI)에 출력된 그림 대부분은 창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복제된 저작물을 학습하여 만들어진 것이다.노벨AI가 데이터베이스로 삼은 사이트, ‘Danbooru’는 원작자의 허락 없이 일러스트들을 모아 데이터베이스화 한 것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검열로 인해 접속조차 불가능하다. 사이트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창작자이나 피해 역시 다른 창작자가 고스란히 받는 것이다.


노벨AI (NovelAI)가 주는 영향력은 긍정적인 방향도 분명 존재하나 부정적인 방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긍정적인 방향으로는 단시간에 결과물을 확보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구도와 채색이 완성된 그림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림을 출력하기 쉬워 빠른 결과물을 볼 수 있다. 


  부정적인 방향으로는 창작자의 윤리 의식을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AI가 환영받는 이유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영역을 단시간에 학습하여 편리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이트가 불법적으로 제작되고 또 학습할 경우, 오히려 창작자의 권리를 무시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완성된 그림을 출력한다는 점에서 그림을 그리는 관련된 업계 종사자부터 아마추어, 그림을 취미로 그리는 사람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친다. 더하여 AI로 출력된 창작물은 유사성을 띠기 때문에 타 창작물과는 다른 개인의 부여하는 것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점이 있다. 



예술계의 뜨거운 감자, 그림 AI


  이러한 AI는 원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학습된 그림으로부터 나온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한 논란을 의식하여, 최근 유명 유튜버들 사이에서도 팬아트 관련해 AI 사용 금지를 하고 있다. 버츄얼 아이돌 그룹인 홀로 라이브 프로덕션 소속 수백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인 “시라가미 후부키”와 “타카나시 키아라“는 공식 SNS를 통해 자신의 팬아트를 그려주는 팬들에게 미안하고 피해가 갈 수 있으므로, AI 인공지능으로 그린 팬아트는 되도록 지양 혹은 금지하는 글을 올렸다. 


  세계적인 드로잉 아티스트인 김정기 일러스트레이터의 사망 뒤, Stable Diffusion이라는 이름의 그림 인공지능 모델로 김정기의 그림들을 넣어 학습시켜 그의 화풍을 따라 그리는 AI가 트위터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후 많은 지탄을 받자, 해당 AI 제작자는 '김정기의 영혼을 디지털로 백업해서 앞으로도 그가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면 좋은데 뭐가 문제냐'라는 발언을 했으나, 수익 일부가 유가족들에게 가는 것이 아닌 100% 제작자에게 가고 있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웹툰의 한 만화가의 작품에서 여러 장면이 기존의 작화들과 달라 인공지능 그림 AI를 사용하여 그린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생겼다. 특히 가장 먼저 의혹이 터진 장면은 해명 없이 다음 날 재빨리 수정되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작가는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는 방송에서 AI 그림을 쓴 것에 대해 "AI에 관심이 많아서 연구해보고 싶었고, 그림 인공지능인 노벨AI 말고 web ui을 사용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서 넣었다.", "수정한 버전이 원래의 그림이다."라고 ai 사용을 인정하였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한 상태이다.



그림 AI의 긍정적인 측면


  한국의 유명 만화가인 이현세 만화가가 직접 그림 AI에 참여할 만큼 좋은 반응을 누리고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 “아마겟돈” 등 지난 44년 동안 그린 4,174권 분량 만화책을 컴퓨터에 학습시켜 작가 특유의 그림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역 만화가가 AI 제작에 뛰어든 첫 사례이다. 이 만화가가 ‘AI 이현세’ 나온다… “만화가 死後에도 신작 가능해” 기사에서 조선일보와 한 인터뷰에 따르면 “작가의 나이나 관점의 변화에 따라 만화도 영향을 받는데 내 경우 10년에 한 번꼴로 그림체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라며 “100년 뒤에도 ‘이현세가 살아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그렸겠지’ 로봇이 판단해 만화를 완성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났다. 미국의 한 예술가가 AI(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통해 만든 만화가 미국에서 저작권 등록을 승인받았다. 크리스 카쉬타노바는 문자-이미지 변환 AI 모델인 ‘미드저니’를 통해 그린 18페이지짜리 만화 ‘새벽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에 대한 저작권을 미 저작권 청에서 승인받기도 했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광운대학교 정보과학교육원 특임교수인 진중권 교수는 9월 8일 올라온 중앙일보 ‘인공지능, 시대의 흐름인가 예술의 종언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AI가 끝없이 생성해 주는 이미지를 작품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의 미적 선택'이라며, AI가 인간의 예술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I 그림인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출품하여 콜로라도 주립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 아트 부문 1등을 차지 한 것에 대해 주최 측에서 '해당 작품이 AI가 생성한 것임을 알았어도 상을 주었을 거였다'는 언급을 빌려, 이미 예술업계가 AI를 사용한 창작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말한다. 또, AI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의 작업 영역이 그렇게 창의적이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한 한국일보 ‘문외한도 5분이면 그림 뚝딱…AI가 미술계 일자리 흔들까?’라는 기사에 따르면 웹툰 등 1인 창작자나 개발자들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림 실력이 부족한 사람도 창의력만으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인력과 환경이 열악한 1인 게임 개발자도 AI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창완 세종대 만화 애니메이션 학과 교수는 ‘웹툰은 고전적 만화와 달리 작화보다는 줄거리나 아이디어가 중요한 매체"라며 "만화 어시스턴트(보조 작가)를 구하기 어려운 작가들이 AI를 이용할 수 있고 AI 때문에 그림체가 수렴할수록 작화가 뛰어난 작가들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인터뷰에 응한 디자인학부의 학우는 ‘AI의 그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 등 여러 문제에 대한 윤리 의식에 대한 발전이 아직은 필요하지만, 결국 AI 그림은 학습된 그림을 흉내 내는 것이기 때문에 AI가 따라 하지 못하는 섬세한 묘사와의 부분이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그림을 개발하는 등 더 높은 능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라고 의견을 내비쳤다.



해결 방안은 있는 걸까?


  현재로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AI 인공지능과 관련된 법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그려져 있던 그림을 학습해 새로운 그림을 만든다는 점에서 비판받고 있지만, 현행법상 AI 창작물에 대한 표절 기준이 모호하고 저작권법상 저작물은 AI가 그린 그림은 포함하지 않고 인간이 표현한 그림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AI가 그리는 그림은 인간 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 AI 그림은 기존 그려진 그림 혹은 사진의 원본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운 다음 다시 그리는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그림, 사진이 섞이기 때문에 더욱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다. 



AI 저작권 논란 우리도 관심을 가져야 해


  그림 인공지능은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사람들에게도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준다는 장점이 존재한다. 하지만 장점이 있음에도 남의 그림을 가지고 데이터를 축적해 그림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비판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AI를 사용하는 사용자, 그림 인공지능을 개발하는 개발자, 모두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해결 방안을 탐색해야 한다. 



                                                                                                                                                                               장원준, 강민지 기자